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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RDD와 한나라당 지지율 '거품'

[취재파일] RDD와 한나라당 지지율 '거품'
여론조사와 관련해서 RDD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요즘 들어 RDD 방식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해서 기존의 전화조사 방식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언론 보도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RDD란 “Random Digit Dialing”의 약어로서, 우리말로는 보통 “임의전화걸기”라고 합니다. RDD(Random Digit Dialing, 임의전화걸기) 방식의 전화조사는 이미 미국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RDD 방식의 전화조사는 기존의 방식과 무엇이 다를까요?

국민여론을 조사하기 위해 전화조사를 실시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여론조사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센서스와는 달리 일정 수의 조사대상자를 선정하여, 이들의 여론을 조사한 결과로 전체 여론을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 전체를 대표할 수 있도록 조사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입니다. 이를 표본의 대표성이라고 말합니다.

기존 전화조사에서는 대표성 있는 표본을 추출하기 위해 전화번호부를 이용했습니다. 이는 모든 가구의 전화번호를 수록한 전화번호부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가구의 전화번호 목록이 있으면, 실제 조사대상 가구의 전화번호를 대표성 있게 선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는 전화번호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070전화기가 확산되고, 전화번호부에 번호 등재를 원치 않는 가구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전화번호 가운데 50% 이상이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 전화번호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기존 전화조사로 국민여론을 조사하게 되면, 엄밀히 말해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 구성원들의 여론을 파악하게 되는 셈입니다.

문제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 구성원들과 등재되지 않은 가구 구성원들이 정치문제나 사회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는 기존 여론조사는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됩니다. 표본의 대표성이 없다는 것은 과학적 여론조사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최근 들어 RDD 방식의 전화여론조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전화번호에 등재된 가구뿐만 아니라 등재되지 않은 가구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조사방식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RDD 방식의 전화조사는 전화번호부에 의존하지 않고, 전화번호의 지역번호와 국번 이외의 마지막 4자리를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생성하여 전화를 걸어가는 방식입니다. 이럴 경우 전화조사에서 표본의 대표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 구성원들과 등재되지 않은 가구 구성원들이 정치문제나 사회이슈에 대해 실제로 의견 차이를 보일까요? 차이를 보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3월 4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화번호부 비등록 가구와 등록 가구의 정치적 태도에서 차이점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비등록 가구의 경우 등록가구에 비해 박근혜 전대표 지지율,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  한나라당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율은 비등록 가구에서 다소 높게 나타납니다.

         


지난 1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부 비등재 가구가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과 한나라당 지지율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화번호부 비등재 가구의 구성원들이 등재 가구의 구성원들에 비해 왜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이나 한나라당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일까요?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일단 두 집단 구성원들의 연령별/학력별/소득수준별 구성 비율을 비교해 봄으로써 집단 속성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아봅니다.

아래 표에서 등재가구와 비등재가구 구성원의 연령층 비율 살펴보면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등재가구 구성원들의 경우 50대와 60대 이상이 48.7%인데 반해, 비등재가구의 경우 31.1% 밖에 되지 않았다. 등재가구에 고연령층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학력별로는 어떠한 차이를 보일까요?  등재가구의 경우 고졸 이하가 52.4% 인데 비해, 비등재가구의 경우는 44.9%입니다. 등재가구의 구성원들이 학력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다음은 두 집단 간의 소득수준별 차이입니다. 등재가구의 경우 월 100만 원 이하가 25.9%로 가장 많았고, 전체의 52.9%가 월 300만 원 이하의 소득수준을 보였습니다. 이에 비해 비등재가구의 경우 100만 원 이하 소득자가 10.4%에 불과했으며, 전체의 56.1%가 300만 원 이상의 소득수준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비등재 가구의 경우 301~400만 원대 소득자가 21.7%로 특히 많았습니다.
 

 

구    분

등재가구

구성원

비등재가구

구성원

연령별

20대

20.6%

19.0%

30대

11.5%

25.1%

40대

19.2%

24.8%

50대

19.2%

16.3%

60대 이상

29.5%

14.8%

학력별

중졸 이하

26.9%

11.0%

고    졸

25.5%

33.9%

전문대 이상

47.0%

55.0%

소득별

100만원 이하

11.1%

14.5%

101~200만원

10.0%

12.5%

201~300만원

8.5%

17.1%

301~400만원

13.0%

21.7%

401~500만원

13.9%

11.8%

501만원 이상

25.9%

10.4%

자료출처: 아산정책연구원 월례정기조사 리포트(2011.1.)  

 

이상의 결과로 볼 때, 전화번호부 등재가구는 비등재가구에 비해 고연령층, 저학력층,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별 속성 차이 때문에 두 집단 간의 정치적 태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소득/저학력/고연령층이 현재의 야당보다는 여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화번호 등재가구에 의존해서 기존처럼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나 한나라당 지지율에는 다소 ‘거품’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RDD 방식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하게 되면, 대통령 국정운영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야당의 지지율이 높아집니다.

결론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RDD 전화조사 방식이 기존 전화조사 방식에 비해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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